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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소식 [from천안] 신태용호, 오늘만 사는 축구였다면
2017-05-31 09:14:09
대전축구협회 <> 조회수 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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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팀의 ‘신나는 도전’이 급정거했다. 포르투갈에 1-3으로 패했다. 세계 무대 8강 그 이상을 넘보던 한국 U-20대표팀의 월드컵은 16강에서 막을 내렸다. 2002년의 신화를 떠올리며 열기가 확산하길 기대했던 광화문의 거리 응원도, 신태용팀이 올라오길 기다리던 대전(8강 장소)의 준비 손길도 일시에 맥이 빠졌다.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이 진하다. 초반 서사를 잘 쌓은 드라마가 뒷심 부족으로 조기 종영한 느낌이다. 대회를 준비하던 과정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선수들 스스로 “우승”을 언급할 만큼 자신감이 충만했다. 훈련장에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일으킨 신바람도 기대를 부추겼다.

돌이켜보면 그 기대가 팀의 발목을 잡았다. 현실보다 앞서갔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한국은 여유를 부렸다.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하면서 로테이션 멤버로 잉글랜드전 선발라인업을 꾸렸다. 백승호, 이승우 등 주요 자원들을 벤치에 앉혔다. 신태용 감독은 “누가 뛰어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실제 경기에선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했다. 한 골 차 패배라는 스코어로 가릴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경기 운영 능력이 모자랐다.
 

같은 맥락에서 포르투갈전 선택도 아쉽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전 포르투갈 선수 명단을 받아보고 모두 프로 선수로 뛰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했다. 측면 공격을 이끌었던 경계 대상 곤살베스는 3시즌째 벤피카B팀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다. 최근 2시즌 간 2부리그에서 각각 36경기, 35경기를 소화했다. 두 골을 넣은 샤다스(스포르팅 브라가)도 2부리그에서 30경기 이상 뛰고 1군팀에 합류해 4경기를 소화했다. K리그에서조차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은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경기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정공법을 택했다. 4-4-2 포메이션 기반의 공격축구로 결과를 만들고 싶어 했다. 훈련장에서 갈고 닦은 ‘돌려치기’가 간간히 나왔다. 그러나 골문까지 통과하기에는 포르투갈의 운영 기술이 너무 뛰어났다. 수비 조직력이 좋았다. 우리보다 하루 덜 쉰 포르투갈은 체력을 아끼면서 효율적인 운영으로 맞섰다. ‘압박’과 ‘돌려치기’를 하느라 많이 뛴 한국은 신태용 감독의 표현대로 “역습 두 방에 두 골을 허용”한 후 급격한 정신적 동요와 함께 체력적 한계를 보였다. 이승모는 “우리가 볼 관리하면서 주도하던 상황에서 역습으로 골을 먹어서 타격이 컸다”고 인정했다.
 

결과론적으로, 잉글랜드전 패배가 토너먼트에서 부메랑이 됐다. A조를 1위로 통과했다면 16강전에서 와일드카드로 올라온 팀을 만났다. 상대적으로 기싸움에서 다루기 수월했을 것이다. 물론 승부의 세계에서 가정은 무의미하다. 잉글랜드전에서 이승우와 백승호가 선발로 나섰더라도 이기지 못했을 수 있다. 16강에서 (현재 기준)코스타리카를 만나 똑같이 패했을 수도 있다. 다만 잉글랜드전에서 ‘다음’을 생각하느라 ‘당장’ 총력을 쏟지 않았다는 아쉬움은 지울 수 없다. 한국이 세계무대에서 16강 상대를 두고 선택지를 갖는 상황은 충분히 이색적이었지만, 유불리를 따져가며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위치가 아닌 것도 사실이다.

포르투갈전 역시 운영의 묘가 아쉽다. 신태용 감독은 “언제까지 수비축구로만 상대할 수는 없다”며 “세계적인 팀들과 (공격적으로도)대등하게 경기해서 이기는 게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감독 스스로 “벤피카, 포르투, 리스본에서 뛰는” 선수들과의 경기력 차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이들을 상대로 프로 경험이 일천한 선수들이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 이상적이었다.

오히려 경기 종료 10분여를 남겨두고 꺼내든 카드가 신선했다. 체력이 떨어진 백승호 대신 수비수 이정문이 교체 출전했다. 이정문이 수비라인에 합류하면서 장신(195cm) 수비수 정태욱이 최전방으로 올라섰다. 소속팀에서는 공격수로도 뛰는 정태욱의 포스트 플레이가 상대를 크게 흔들었다. 상대가 예상하지 못한 카드였다. 단단했던 포르투갈 수비벽은 힘으로 압도하는 정태욱의 존재감에 균열을 보였다. 오늘만 사는 것처럼 총력을 펼칠 때 비로소, 일시적이나마 희망의 불씨가 타올랐다.

신태용 감독은 무능하지 않다. 프로무대와 각급 대표팀 벤치를 거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같은 멤버로도 다양한 포메이션, 파격적인 전술을 선보인 감독이다. 선수들 눈높이에 맞춘 소통 능력으로도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불과 5개월 전, 혼돈에 빠졌던 이 팀의 분위기를 떠올리면 지금의 변화는 극적일 정도다. 그래서 아쉽다. 잉글랜드전, 포르투갈전에 조금만 더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시선을 유지했다면 그의 축구를 보는 기간이 연장됐을지도 모른다.

5개월 간의 변화는 충분히 값진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2015년 칠레에서, 2016년 브라질에서 분투 끝에 눈물을 쏟았던 장면과 겹친다. 안방에서 남의 잔치가 되어버린 판을 지켜보는 속이 쓰릴 수 밖에 없다. 대회 개막 전 선수들이 입모아 “우승”을 외치던 강력한 근거는 “홈에서 하는 대회이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다시 없을지도 모를 안방에서의 축제가 허무하게 끝났다. 신나는 공격으로 시작했던 10일의 도전 뒤로 ‘불완전 연소’한 열정만 남았다. ‘열정을 깨워라’라는 대회 슬로건이 얄궂다.

사진=FAphotos

http://fourfourtwo.co.kr/bbs/board.php?bo_table=contents&wr_id=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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