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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소식 ‘축구 맛집’ 대전코레일 “FA컵 결승,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2019-11-05 11:00:23
대전축구협회 <> 조회수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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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력은 쉽게 생기지 않는다. 흙이 모여 단단한 토양이 형성되듯 오랜 시간 경험이 쌓이고 쌓여야 팀의 저력으로 남는 법이다. 1943년 창단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팀 대전코레일은 2019년 꿈의 무대인 KEB하나은행 FA CUP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단순히 하위리그의 반란으로만 설명하기 힘든, 대전코레일이라는 팀이 가진 저력을 김승희 감독과 고참 이근원의 입을 통해 들어봤다. 

창단 첫 결승행의 재구성

올 시즌 초만 해도 내셔널리그 대전코레일이 FA컵에서 모두의 이목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드물었을 것이다. 필자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축구는 예상을 뒤엎는 매력을 지닌 스포츠다. 그 무대가 단판승부인 FA컵이라면 매력은 배가 된다. 시작은 지난 4월이었다. 대전코레일은 FA컵 32강전에서 K리그1 최강인 울산 현대를 만났다. 울산의 승리가 예상됐지만 결과는 오히려 대전코레일의 2-0 완승이었다.

이후 16강전에서 서울이랜드FC를 완파하고 8강에서 김병수 감독이 이끄는 강원FC까지 꺾으며 14년 만에 4강까지 오른 대전코레일.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온 성과인데, 이들은 멈출 줄 몰랐다. 4강 상대인 상주 상무와의 1차전에서 1-1로 비기고 2차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하며 창단 이후 처음으로 결승까지 오른 것이다.

특히 상주와의 4강 1, 2차전은 한 편의 드라마나 마찬가지였다. 홈인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1차전에서 대전코레일은 후반 31분 상대에 선제 실점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종료 직전 이근원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이후 폭우 속에 펼쳐진 2차전 원정 경기에서 대전코레일은 고군분투 끝에 후반 44분 첫 골을 넣었지만 이후 바로 실점했고, 연장전에서도 한 골씩 주고받는 등 난타전을 펼쳤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운명이 갈렸다. 대전코레일은 네 명의 키커가 골을 성공시킨 반면 상주는 두 명이 실축하는 등 불운이 뒤따랐다. 대전코레일이 극적으로 결승행 티켓을 잡는 순간이었다.

 “4강 2차전은 폭우로 인해 정상적인 경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감독인 저로서는 오히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저 선수들을 믿을 뿐이었죠. 골을 넣고 실점하는 등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면서 선수들은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전 마음을 편하게 가져서 그런지 오히려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선수들을 믿었고, 생각보다 잘 해줘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 김승희 감독

 “4강 2차전은 정말 장난 아니었어요. 비가 너무 많이 온 탓에 공을 차면 공이 안 나가고 서버릴 정도로 그라운드 컨디션이 좋지 않았죠. 저희도 힘들었지만 상주 선수들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그 상황에서 고군분투했어요. 후반 종료 직전에 선제골을 넣고 직후에 바로 실점했는데 선수 입장에서는 허무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 순간만큼은 솔직히 ‘이번엔 안 되는 구나’라는 생각도 들긴 했어요. 감독님은 마음을 내려놨다고 하셨지만 전 솔직히 그러지는 못했거든요. 하지만 연장전에 돌입하면서 선수들과 함께 다시 한 번 마음을 잡았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더니 결국 승리할 수 있었죠.” - 이근원

대전코레일의 새 역사는 이렇게 폭우 속에서 탄생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온 힘을 쏟아낸 탓에 힘들 법도 했지만 승리는 이를 모두 잊게 했다.

“그 날 라커룸 분위기를 잊을 수가 없어요. 밖에 있던 선수들이 핸드폰을 들고 와서 동영상도 찍고, ‘우리가 해냈어!’라고 소리도 지르며 환호했죠. 그야말로 난리가 났었어요(웃음).” - 이근원

결승전도 후회 없이

결승전 상대는 전통의 명문이자 FA컵 통산 공동 최다 우승(4회) 기록을 보유 중인 수원삼성이다. 수원은 지난 4강전에서 K3리그 화성FC를 상대로 1차전에 충격패를 기록했지만 2차전에 완벽히 뒤집으며 결승에 올랐다. 과거에 비해 전력이 다소 하락했다고 하더라도, 수원은 수원이다. 큰 경기 경험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수원이 힘들게 결승까지 올라왔다고 하지만 그래도 명문 팀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지난 4강전 미디어데이 때 결승에 올라가게 된다면 수원과 상대하고 싶다고 했는데 바라는 대로 이뤄졌기에 결승전만큼은 정말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이 경기를 통해 대전코레일이라는 팀을 알릴 수 있어 기쁩니다.” - 김승희 감독

“선수들끼리는 결승 상대가 수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종종 얘기했어요. 화성이 올라오면 오히려 저희가 부담을 가질 수 있거든요. 수원은 개인기량이 좋은 선수들이 정말 많습니다. 저희는 조직력으로 승부를 할 계획이고요.” - 이근원

김승희 감독과 이근원뿐만 아니라 대전코레일의 구성원 모두가 이번 결승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리그와는 무게감이 다른 FA컵 결승, 누구에게나 흔히 오지 않는 기회에 이들이 주인공으로 섰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렇기에 대전코레일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FA컵 결승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결승전을 직접 보러오겠다는 지인들이 많아요. 1차전이 저희 홈에서 열리는데, 많이 와서 결승전 분위기가 났으면 좋겠어요. 상대도 많은 서포터스가 올 테니까요. 개인적으로 이번 FA컵 결승전이 기대됩니다. 너무 오랜만에 서는 큰 무대라서 설레네요.” - 이근원

“상주와의 4강전 때문에 대전이 떠들썩했다고 하더라고요. 축하 전화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본사(코레일)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결승전에 많은 기대를 보내주고 계십니다. 부담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부담보다는 힘을 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결승전에서 우리의 능력을 120% 보여주고 싶어요.” - 김승희 감독

자부심이 상승세를 이끈다

대전코레일이 창단 후 첫 FA컵 결승행이라는 영광에 도달할 수 있었던 건 구성원 모두가 팀을 향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자부심이다. 하위리그에 소속된 선수들은 대부분 상위리그 진입을 꿈꾼다. 경기에서 활약하는 이유도 프로 무대 진입을 위한 길을 열기 위함이다. 하위리그 팀들이 선수들의 꿈을 이루기 위한 발판의 역할을 하는 건 맞다.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팀에 대한 자부심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내가 몸담을 팀’이라는 생각보다는 ‘언젠가 떠날 팀’이라는 인식이 더 강해서다.

하지만 대전코레일은 달랐다. 물론 여기에도 프로 무대 진입을 꿈꾸는 선수들은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이 팀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이근원은 “다른 팀에 갈 생각이 없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핵심은 좋은 처우였다. 과거 2007년 전 사회적으로 불어 닥친 비정규직 차별 철폐 운동을 계기로 공사였던 코레일이 직원들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처우를 개선한 게 지금까지 좋은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연봉 인상, 본사 정규직 소속(일부)을 통한 정년 보장 등 프로팀 못지않은 처우로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생겼고, 자연스레 팀원 모두가 팀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됐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덤이었다. 실제로 이 날 인터뷰 내내 김승희 감독과 이근원은 서슴없이 대화하며 마치 친한 형과 동생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인터뷰 세팅을 돕던 코칭스태프들과 표지 사진 촬영을 위해 나온 선수들의 표정은 모두 밝았다.

“대전코레일은 한국에서 제일 오래된 팀이죠. 내셔널리그에 있지만 저희 팀에 오고 싶어 하는 선수가 엄청 많아요. 팀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어요. 코칭스태프들도 선수들을 배려하고, 인간적으로 대해주시고요. 이런 장점이 많아서 오고 싶어 하는 선수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희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이근원

“선수들이 자신의 팀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게 굉장히 중요하죠. 사실 이런 자부심을 선수들이 갖게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모두를 100% 만족시킬 수는 없어요. 그래도 우리 팀에는 자신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과 별개로 팀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많아서 감독으로서는 굉장히 감사한 일입니다. 모두 심성이 착한 선수들이예요. 무엇보다 (이)근원이를 비롯한 고참 선수들이 잘 이끌어 준 덕분이죠.” - 김승희 감독

“저는 한 번도 다른 팀에 가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대전코레일에서 기량이 떨어질 때까지 뛰다가 여기서 은퇴할 겁니다. 이 팀에 이근원이라는 선수가 뛰었다는 걸 모두가 기억할 수 있도록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요.” - 이근원

모두가 행복한 기억을 위해

프로팀은 아니지만 모두가 축구하는 걸 행복해한다. 그것이 대전코레일의 힘이다. ‘축구 맛집’이라고 불려도 과언은 아닐 테다. 맛집에 가게 되면 행복한 법이니까. 이기고 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모두가 행복하게 축구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걸 대전코레일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행복한 환경에서 축구에 매진한 이들이 그려낼 FA컵 결승전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다시 한 번 결승전에서 기적이 탄생할지 지켜볼 일이다.

“팬들은 K리그1, K리그2 정도는 기억하고 관심을 갖지만 사실 내셔널리그까지 내려오면 관심을 잘 안 갖게 되죠. 기억에도 별로 자리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이번 FA컵 결승전을 계기로 한국 성인축구는 프로의 유명한 선수들만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하위리그에도 기량이 훌륭하고 열정도 충만한 선수들이 많다는 걸 알리고 싶습니다. 훗날 이 순간을 돌아볼 때 ‘대전코레일이 FA컵 결승전에서 좋은 경기를 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김승희 감독 

“사실 FA컵 결승전이 좋은 기억에 남으려면 이기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선수 입장에서는 지면 별로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지는 않아요. 나중에도 팬들이 ‘대전코레일이 FA컵에서 대단했다’고 기억할 수 있도록 꼭 이기겠습니다. 골을 넣게 되면 무슨 세리머니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는데, 이제 슬슬 애들이랑 함께 짜봐야 할 것 같아요(웃음).” - 이근원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11월호 ‘THE INTERVIEW‘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안기희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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